들어가며

2022년은 일본에게 Web3의 원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업계의 눈부신 성장이 있었다. 일본 정부는 아예 'Web3.0 정책추진실'을 설립했고, 스타트업 컨퍼런스들은 Web3/Crypto 업계를 떼어 내어 사이드 컨퍼런스를 열기 시작했으며, 닛케이신문이 메인넷 프로젝트의 전면 광고를 실어주는 등 사회 전체적으로도 Web3를 하나의 트렌드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해외 프로젝트들이 다시 일본 시장을 노크하고, 일본 프로젝트들이 해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왜 갑자기 올해부터?'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여러 요인 중 몇 가지를 나열해보자면,

  1. 글로벌 커뮤니티로부터의 고립이 연이은 악재 중 자신감으로 작용
  2. 철저한 규제를 통한 리스크 관리 성공
  3. 키시다 정권의 친Web3 정책기조
  4. De-fi에서 NFT 및 게임으로의 산업 저변 확장에 따른 레거시/IP 활용성 증대
  5. 부정적 이미지가 연상되는 '가상'통화에서 차세대 인터넷 패러다임인 Web'3'로의 용어/인식 변화

를 꼽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위 요인들을 포함해, 현재 일본 Web3 업계에서 나타나는 세 가지 특징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1) 크립토 윈터 속에서도 건재한 업계와 커뮤니티

일본은 De-fi가 2019년부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동안 업계의 트렌드에 전혀 탑승하지 못하고 점점 소외되기 시작했다. 한국과 더불어 중앙화 거래소가 유독 강한 일본이었지만, 2018년 1월에 발생한 5,700억원 규모의 코인체크 해킹 사건은 선진국 중 최초로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킨 일본 정부와 금융당국의 체면에 찬물을 끼얹었다. 금융당국은 즉각 거래소 전수조사에 착수했고, 신규 면허 발급을 중지했으며, 이른바 '박상기의 난'으로 겨울의 문턱을 오가던 글로벌 암호화폐 업계는 공식적인 동면에 접어들었다.

사실 일본은 2018년의 크립토 윈터뿐만 아니라 2014년의 크립토 윈터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당시 전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70~80%를 차지했으나 비트코인 85만개를 해킹 당해 파산한 마운트곡스 역시 시부야에 본사를 둔 일본 회사였다. 가뜩이나 보수적인 나라에서 역대급 해킹 사건이 두 번이나 터진 데다가, 애초에 기술(스마트 컨트랙트)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중앙화 거래소)로 승부를 보던 일본이 De-fi의 성장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 리 없었다.

규제는 숨막히게, 창업가들은 소극적으로 변해갔다. 물론 그 와중에도 뜻이 있는 일부는 해외로 나가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모두가 일본을 추월하여 치고 나가는 와중에도 손가락만 빨며 “일본은 규제가 이래서 어렵고, 저래서 어렵고…”를 중얼거렸다. 그런데 테라가 무너지고, 3AC가 파산하면서 선두 그룹이 하나씩 고꾸라지니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이거… 완주만 하면 메달권일지도?’

한술 더 떠 최근 터진 FTX 사건은 리스크 관리에 올인한 일본의 규제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FTX는 Liquid라는 일본 거래소를 인수하여 이를 FTX Japan으로 운영 중이었는데, 일본의 분별 관리 규정에 따라 고객 자금을 엄격히 분리 보관하고 있었다. FTX Japan은 현재 고객 자산의 100% 이상을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또한 고객 자산이 Chapter 11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시간은 다소 걸리겠으나 전액 환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글로벌 업계에는 세번째 윈터와 연쇄 도산의 위기가 닥쳤는데, 사실상 타격이 없는, 그다지 입을 타격 조차 없었던 일본 커뮤니티에는 자신감이 싹트기 시작한다. 2018년 이후로 기세와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도 좋은 상황이다.

2) 세금 문제와 두바이로의 이주 행렬

이 기세를 등에 업은 일본인 창업가들의 해외 이주 러시가 심상치 않다. Web3 업계의 해외의 거점으로는 1세대 스위스(~2017)와 2세대 싱가포르(~2021)에 이어 3세대인 두바이(2022~)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일본인 창업가들이 이제야 본격적으로 뭔가를 해보려고 하니, 스위스는 한물 갔고, 싱가포르는 규제가 엄격해지고 있어, 두바이가 가장 좋아보일 수밖에 없다.

이들이 일본을 뜨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세금 이슈다. 현재 일본은 법인의 암호화폐 소득에 대해서 미실현 평가이익을 그대로 과세하고 있다. 법인세의 실효세율이 30%이므로, 기말 시점에 암호화폐를 대량 보유한 기업은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또한 개인의 암호화폐 소득은 잡소득으로 분류되어 분리 과세가 적용되지 않고, 금액에 따라 최대 55%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몇 년 전부터 지겨울 정도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으나, 전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다가 최근 Web3 친화적 정책 기조가 들어서면서 내년부터 암호화폐 발행사에 한하여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를 면제할 방침이다.